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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면 모름지기 책의 계절이라 하는데, 그에 앞서 졸음의 계절인 듯 싶다.
눈도 많이 아프고 졸음이 쏟아지는 탓에 책 읽는 속도가 무척 뎌디다.
또한 시간적 여유보다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는 요즘.
책에 대해서 소화불량이라도 걸린걸까. 어쨌든 리뷰는 이어 나가야지.
이번 책은 김혜남 전문의, (내가 읽었던) 세번째 책.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라는 책이다.
책의 표지에 글귀를 인용하자면 '사랑에 목마른, 그러나 사랑이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라고 적혀있다.
사랑에 목마르다는 것은 외롭다는 뜻이고, 두렵다는 것은 과거에 상처를 입었거나 어떤 이유에서든
트라우마가 있다는 이야기일텐데 접속사 또는(or)이 아니라 그러나(but)로 이어지며
이면에 따른 같은 맥락으로 보고있다.
분명히 다른 의미인 것 같은데 어째서 같은 의미로 보고 있는지, 궁금증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목차는 크게 총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 사랑을 시험하는 것들
2. 그래도 의심이 풀리지 않는다면 문제는 당신에게 있다.
3. 사랑을 하려거든 사랑할 수 있는 능력부터 키워라.
4. 사랑을 온몸으로 껴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
심플하다.
우리가 사랑하기에 앞서 그것에 대해서 시험(Try),
즉 경계 혹은 의심을 풀기 위한 도구(첫인상과 같은 직감도 포함)로 어떤 것들을 사용하는지
만약 그 의심에 가로막혀 있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또한 문제를 외부로만 돌렸던건 아닌지,
왜 안될까? 보다 문제가 무엇일까? 라는 한 차원 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이든 사람이든, 겪은만큼 보인다하지 않았던가
전체적인 내용은 참 흥미로웠지만 많은 경험을 겪은 후에 읽어야 좀 더 와닿을 거 같다.
며칠전에 책은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 이다 라는 글을 본적이 있다.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든, 여행과 같은 직접 경험이든 무엇이든 많이 해봐야 한다는 것에 지극히 공감한다.
머릿속에 사로잡혀있는 고집불통의 '나'보다 싫은 것들 해내고야 마는 '나'를 발견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거 같기도 하고, 아직은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 우유부단한 성격에 조급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 그 단계를 거쳐야 좋아하는 것도 생기고 잘하는 것도 생기는 법이니까. 좀 더 귀 기울여보자.
조금 주제에 벗어난 이야기를 했지만 역시나 인상깊은 구절로 마무리.
조만간 네번째 책 <어른으로 산다는 것>을 읽어봐야겠다.
프로이트는 성인의 모든 인간관계는 이전 감정의 재편집이며, 아이가 생후 초기 어머니와 나눴던 유대감과
자라면서 오이디푸스 갈등과 관련해 아버지에게 느꼈던 감정이 바로 사랑의 끌림으로 재현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프로이트에게 '모든 사랑은 재발견'인 것이다. -P.25-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결여된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다.
그래서 나르시시스트들은 이상화한 관계의 전형을 좇아 모방하기에만 급급할 뿐 진심에서 우러나와
자발적이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관계하는 법을 모른다. -P.61-
낭만적인 사랑이란 불꽃처럼 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결혼처럼 오래 지속되는 사랑이 시작되는 첫부분이다.
사람들 말대로 현실은 꿈과 다르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우리가 진정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한 힘든 인생의
과정을 같이 할 수 있는 것이지,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어떻게 힘들고 때론 고통스러운 시간을 공유할 수
있겠는가. -P.75-
사랑의 열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많은 것이 남는다. 그 사랑이 어떤형태였는지, 연인의 신경증적 갈등이
그 사랑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해 있는가에 따라 그 자리에는 벌거벗은 사랑의 잔재만이 뒹굴고 있을 수도 있고
강한 열푸으로 주변이 다 폐허가 될 수도 있으며, 슬픔으로 가득 찬 메마른 땅이 될 수도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그 사랑이 여전히 지속되는가의 문제와 상관 없이 사랑이 따스한 미풍으로 바뀌어
여기저기에 인생의 향기를 날라다주며, 추억의 시간들이 하나의 공간을 이루어 우리에게 돌아볼 수 있고
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연인들이 그 따스한 온기 안에서 다시금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게 된다. -P.78-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의 영역을 지키면서 상대를 받아들이고, 서로를 맞추어가며, 그 안에서 자신과 상대를
발견하고 같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다.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부분들을 상대의 사랑에서 찾으며 그것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우는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없다. 그것은 사랑의 옷을 입은 의존이며, 자신을 소멸시켜
상대의 내부로 함입시키는 과정일뿐이다. -P.101-
어릴 때 버림받은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버림 받는 것에 대한 굉장함 두려움을 지닌다. 그리고 다시는 버림받지 않기 위하여 할 수 있는 한 모든 노력을 한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자신이 버림 받았거나 부모가 이혼한 일을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랑들은 여간한 상황이 아니고는 절대 화를
내지 못한다. -P.134-
사랑이 불행하게 끝났다고, 그 효과가 전적으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종종 성공적이지 못한 사랑은
성장을 촉진시켜 주고 자아를 확장시켜주기도 한다. 이러한 효과는 물론 몇달이나 몇년 후에 입증된다.
그리고 처음에 산산조각이 나 버린 자기 내부의 깊은 절망으로부터 뭔가가 재편성되며, 창조적인 힘이
생겨나기도 한다.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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