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수업 시간이었나. 친구의 가방 속을 우연히 보다가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제목만 보면 사랑 이야기인줄 알았다.
(지금 다른 친구들도 이 제목을 보면 내 반응과 같았다)
그런 내용은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그래서 별 생각없이 그냥 지나가는 책 중에 하나였고 그렇게 잊혀졌었다.
가끔씩 시간이 날때면 부천에 있는 알라딘에 가서 보고 싶은 책들을 골라온다.
그날도 어김없이 갈 때마다 들렀던 고전소설과 에세이 쪽에 괜찮은 책이 있나 둘러봤었다.
내 생애 단 한번,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유독 내 눈에 장영희라는 작가의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히려 무의식 속에 잊혀져있던 그 이름이 보인건 아닐까?)
목차를 쭉 살펴보니 무언가 편안해짐을 느꼈는데 아마 그때부터 그 작가가 궁금하기 시작했었다.
그녀가 대학 입시를 치를 무렵 그녀를 받아주겠다는 대학은 없었다.
태어난지 1년 만에 소아마비로 인해 생긴 두 다리의 장애 때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서울의 유수 대학에서 입학처장들에게 시험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냉담했었다.
그러다 찾아간 곳이 그녀가 타계할 때까지 몸 담았던 서강대였다.
당시 영문학과장이던 브루닉 교수는 "입학시험을 머리로 보지, 다리로 보느냐"며
그녀를 시험에 응시할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 이야기만 보더라도 그녀가 참 기구한 삶을 살았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마침 전 번에 올렸던 '내가 살아보니'라는 글을 읽고 너무나도 공감했고
그 내용이 지금 리뷰를 쓰는 이 책의 한 부분이라는 말을 듣고
역자와의 대화에 참여하러 갔던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겸사겸사 그녀의 책을 구입하기로 했다.
어렵지 않은 수필집이라 산 그날 바로 한번 읽었고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그리고 자기전에 금방 읽혔다)
다음 날 친구를 기다리면서 두번째로 읽었는데 왜 이 책을 이제야 만난건지
진작 접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인상 깊었던 구절
저에게는 무조건 적는 버릇이 있습니다. (p.38)
(나 또한 일상을 기록하는 버릇이 있어서 더욱 더 반가웠다)
그로 인해 길을 가면서도 모든 글자를 읽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p.40)
(아마 영미어문학과라 그러지 않았을까라고 짐작해본다)
샐러리맨에서 사장이 된 '정이만'이라는 사람은 샐러리맨 시절부터
월급의 10%를 책 구입하는데 썼다고 한다.
한달에 네권, 1년이면 50권, 20년이 되자 1000권 이상을 읽었다고 한다.
그가 사장이 된 비결은 온전히 책이라고 말한다 (p.43)
(지극히 공감했다. 책을 통한 간접경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아버지가 책 읽고 글 쓰시는 모습을 보며 '인간은 태어나면서 저렇게 사는구나'라고 생각했다. (p.46)
(나도 나중에 아버지가 된다면 강요하기보다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을까?)
시인은 바로 바람에 색깔을 칠하는 사람이다. (p.64)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느껴지니까.
하지만 그것이 우리는 어떤 것인지 모른다. 시인이 색깔을 입혀주기 전까지는)
제가 제일 부러워하는 집은 사방이 책꽃이로 둘러싸인 집입니다(p.79)
(나중에 성공하진 못하더라도 나 또한 책꽃이로 둘러싸인 내 집을 보고있노라면 행복할 거 같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이 직접 실전에 도전 해볼 것(p.79)
(꼭 해볼 것이다)
'비소설 쓰기의 원칙'
1. 다독,다작,다사 (p.83)
2. 모래시계 형태를 지켜라(p.84)
소위 시각적 '아름다움' 이라는 것은 인간의 기본욕구에 들어가지 않는다 (p.117)
(그러기에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야한다)
남이 꽃을 꺾어다 주기를 기다리기 보다 네 정원을 스스로 가꾸어라.
아파도 사랑할 줄 알고 네 안에 온 사랑을 품는 사람이 되어라 (p.122)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이다. 이 구절만으로도 엄청 긴 글을 쓸 수 있을 거 같다..)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말 한마디나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경험이
나중에 큰 울림으로 돌아올 때가 있어요. (p.140)
( 결국 사람을 감동시키거나 울림으로 다가오는건 대단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삶의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p.145)
( 다리가 아프던, 정신이 아프던 자신감이 없던 어떤 형태로든...)
원래 책을 읽으면서 형광펜등을 사용하여 줄을 긋지 않는다 ( 정말 급할땐 포스트잇)
그런데 이 책은 일일이 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사는 동안 계속 계속 곱씹어보고 싶기에..
사는 것은 결코 성공했다는 결과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살아갈것인가, 어떻게 사랑할것인가.
기나긴 과정 속에서 계속되는 자아에 대한 질문을 통해 내 자신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있고 의미 있는 일이기에 매 순간순간 아프더라도 힘들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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