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가 말했다.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여야 한다" 그 말처럼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내 얼어 붙은 내면의 감정을 오롯이 알게 해주는 한 자루의 도끼와도 같았다. 사랑이 만드는 아름다운 기적 '자긍심'에서부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노예 의식 '비루함'까지 '감정의 윤리학자' 스피노자와 함께 떠나는 내면의 여행이라고 뒷면에 이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렇듯, 이 책은 총 48가지 감정을 각각의 감정에 걸맞은 소설들과 그 작가 설명 그리고 강신주 박사의 '철학자의 어드바이스'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철학자의 어드바이스를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했었고 책 제목 '감정수업'답게 각각의 감정에 대해 한 번씩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두껍기도 두껍고 내용도 작가 나름대로 쉽게 썼다고 했지만 소설 자체에서 풍기는 글들은 아직까지 낯설기만 하다. 많은 감정 중에서 '후회'와 '오만', 그리고 '소심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37. 후회
학창 시절 매번 시험을 볼 때마다 쓸데없는 후회가 엄습하곤 했다. 아직 답안지를 반도 채우지 못했는데 야속한 감독관은 어서 마무리하라고 재촉한다. 공부를 조금만 더 했더라면 이런 낭패는 없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었다. 학생 신분을 벗어난 지 이미 오래지만 사정이 별반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연말이면, 비슷한 후회들은 어김없이 찾아오니까. 올한 해 내게 주어진 모든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는 자괴감도 한몫 단단히 한다. 이렇게 얼어붙은 몸을 녹이려고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 안는 순간, 수많은 후회의 감정들이 커피 향과 함께 피어 오른다. "만일 그때 내가 그렇게 하지 않고 이렇게 했다면…." 후회는 항상 이런 문법으로 우리를 찾아오는 법이다. 마치 그렇게 할 수도 있고 저렇게 할 수도 있는 자유가 우리에게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p.390
43. 오만
"너에 대해 나는 모르는 것이 없어." 오만한 사람의 내면을 이만큼 분명히 보여 주는 표어도 없을 것이다.
(중략)
그런데 이제 모든 것을 알았다는 오만에 빠지는 순간, 그래서 더 이상 알 것이 없다는 오만이 생기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그것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한때는 사랑받았던 그것이 이제 우리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다. "네가 정말 나를 안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오만 때문에 우리는 순간순간 변하는 자동차의 상태를 민감하게 읽으려고 노력을 하지 않고, 암벽의 상태를 제대로 점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또 애인의 상태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복수를 당할 수밖에. p.458
44. 소심함
상처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그것은 과도한 피해의식에서 발생하는 소심함일 것이다. 항상 타인에게서 피해를 받을 것 같다는 느낌 속에서 사는 사람은 대개의 경우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나 행동에 주저하는 법이다. 가만히 있어도 피해를 보는데 스스로 그런 피해를 자초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어떤 피해를 보았을 때, 차라리 자신이 아닌 남의 탓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할 테니 말이다.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가야 할까? 암스테르담으로 가자고 이야기하면, 그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은 모두 자기 탓이 되기 쉽다. 그러니 상대방이 프라하로 여행하자는 제안을 듣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야 나중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자신을 탓하지 않고 상대방을 탓하기 쉬우니까 말이다.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어떤 영화를 보아야 하는지? 이 모든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피해 의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매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피해 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의 심리적 메커니즘은 어렵지 않게 해부해 볼 수 있다. 여기서 그가 과거에 피해를 정말로 많이 받았는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충분히 사후적으로 과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다른 사람에 비해 더 심한 상처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과장하여 큰 아픔으로 기억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말로 심각한 것은 그가 미래에도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지나친 염려와 불안감일 것이다. p.460
감정수업을 읽으면서 사실 긍정적인 감정들은 내가 잘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너무나 당연했다. 좋은 감정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든 더 행복해지길 원하고 더 좋아지길 원하니까.
하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황스럽거나 수치심이 들거나, 두려움이 생긴다면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는 것은 참 어렵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것을 회피하고, 합리화하고 꺼려했는지 모른다.
짙은 어둠 속에서 별이 더 빛나는 법이다.
살아가면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기 위해 항상 낯선 감정과도 마주할 수 있는 감정수업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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