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읽고 그 여운이 남아 읽고 있던 '프로이트의 의자'라는
책을 잠시 접어두고 오늘 바로 이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었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프롤로그를 보면 작가는 책 제목에 대해 많이 고심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만큼 제목 하나에도 독자를 위해 신경을 많이 쓰는 섬세한 배려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수필집답게 글들이 언제든지 가볍게 읽어볼 수 있고
바쁠 때 잠깐 접어둬도 연관성이 낮아 부담이 적었다.
그렇다고 내용까지 가볍거나 그러진 않았다.
보통 전작주의를 할때면 그 작가가 처녀작부터 신간순으로 보겠지만
나는 그 반대로 읽어나가고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저 끌리는대로 읽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책에서 본 구절이 저 책에서 보이기도 하는 것을 보아
작가가 소중히 여기는 몇 몇 문장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전작주의란,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고 그 작가가 써온 작품의 궤적을 쫓는 것>
그 중에서도 유독 책을 다 읽었는데도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일일이 소개하기엔 글이 너무 길어질 거 같고 하나 꼽자면 '재현아!' 라는 챕터였다.
재현아!
'혹시 한달 전 선생님을 찾아갔던 학생을 기억하시나요? 그때 선생님께서 저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해 주시려고 이것저것 말씀해주신 것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는
어떤 학생의 이메일로 시작하는 이 글.
보는 내내 느껴볼 수 없었던 소름이 돋았다.
작가이자 교수인 그녀가 퇴근을 하려고 연구실 문을 나서는 순간 앞에 서있던 그 학생.
그때 그녀가 느낀 건 왠지 들어오려다 맞닥뜨린게 아닌 거기서 한참동안 노크할까 말까
망설이며 서 있었던 느낌이었다.
다시 돌려보내긴 휘청 쓰러질 거 같은 그를 잠깐 연구실로 들어오라고 하며 처음 보는 거 같은
그 학생은 놀랍게도 마음속 말들을 모두 주저없이 쏟아냈다고 한다.
죽음을 생각할만큼 심한 강박증 환자.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고통이며 병원 약도 효과가 없다던 그는 그렇게 마지막으로
찾아왔던 것이다.
그녀는 이런 저런 경우를 들어가며 희망섞인 말들을 주었고 책 한권을 쥐어주며 나중에 올 때
독후감 써오라며 자연스럽게 다시 오게하려는 나름대로의 계산을 가지고 있었다.
그 다음주, 강의를 하던 그녀는 맨 뒤에 그 학생을 발견하고
' 내 과목을 청강하고 있구나. 아마도 이제 제자리에 돌아온 모양'이라 반갑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뒤, 수업이 없어 느지막이 일어난 그녀는 아침 9시 55분경 이메일을 체크했다.
재현이라는 그 학생에게 온 장문의 이메일.
이미 그녀에게 찾아갔던 날 그는 죽음을 결심한 후였다고..
독후감을 제출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죄송하다고, 아무리 봐도 유서였다.
급히 부모님에게 연락하고 조교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그 학생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자살한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괜찮을거야라고 초조했지만 믿고 있었기에
끝까지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두 시간후 관악경찰서에서 들려온 비운의 전화는.. 그런 끈을 애석하게도 끊어버렸다.
(이하 생략, 책 보시길!)
그런 그에게 다시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이 챕터는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좀 더 보듬어 안아주었으면, 깜깜한 그 학생의 세계에 함께 들어갔어야 했는데.. 라는
작가의 진심이 들리는 글을 읽고 있자면 한없이 마음속에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 학생이 죽음을 이미 생각하고도 그녀에게 찾아갔다는 건 공허한 감정을
약간이나마 달래며 살고 싶다며 그녀에게 던진 마지막 발악은 아니었을지.
긴 세월을 산건 아니지만 가끔 친구들이 어렵고 힘든 얘기를 하면 귀찮을 때가 있다.
나도 힘든데 뭐 어쩌라는거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러면서 커가는 것이라고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며 단정짓기도 해버리고
하지만 그 친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것이고 나에게 약간이나마 공감해주는 모습을 원했을 거라 생각해보니 미안하기도 하며
앞으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살다 보면 사람 때문에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무작정 사람을 피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곧 깨닫게 된다. 그 상처 또한 사람으로 인해 치유된다는 것을…….
그리고 이 한 권의 책으로 많은 위안을 받는다. - 박경림 (방송인)
책 표지 뒷면에 있는 박경림씨의 추천평처럼 정말 살다보면 혼자인가 싶기도 하고
굳이 가식적으로 살아야하나, 나 혼자 무덤덤하게 살면 안되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면서 사람 만나는 것이 한없이 피로해지고 지겨워지기도 하고..
그렇지만 가끔 웃어줄 친구도, 가끔 같이 슬퍼해줄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고
희망인지 이 책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요즘 토익점수를 뽑아내느라 지친 내 심신을 달래주는 이 한권의 책.
무턱대고 읽느라 하루치 공부를 놓치긴 했지만 삶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느꼈다.
행복의 세가지 조건
"사랑하는 사람들, 내일을 위한 희망. 그리고 나의 능력과 재능으로 할수있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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