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축제 때 동아리 공연을 도와주다가 뒷풀이에 같이 참석하게 됐다.
거기서 선배 한 분이 혹시 이 책 본 적 있냐고 물어봤다.
없다고 했더니 책의 간략한 줄거리를 설명해주시는데 받아들이기 싫었지만
20대가 처한 현실의 한 단락이었다.
#2. 시험기간에 도서관 갈 일이 잦아서 문득 이 책이 떠올라 집어 들었다.
책의 표지를 보고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되는가' 무슨말인가 가만 생각해봤다.
열정이면 하고싶은 것에 대한 나의 의지일테고, 노동이면 돈을 벌기 위한 행위 아닌가.
그러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어떻게 돈이 될수 있을 것인가 그런 내용인가?
이런 의문과 함께 책을 펼쳤다.
#3. 그리고 선배의 초대로 이 책의 저자 중 한 분인 최태섭씨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생겼다.
책도 그렇고 강연도 그렇고 한 숨만 나왔다.
당연했다. 이런 책을 읽을 일이 없었을테니까.
미래에 대해 답이 나오지 않을 땐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긍정적인 메세지가 담긴 책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고 자질이 부족하다고 느낄 땐 '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
같은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는 책으로 이겨왔다.
하지만 현실을 보여주는 책은 관심도 없었고 있었다 해도 공감하기는 싫었을 것이다.
1990년대까지는 대학생들은 많은 시위에 참여했었다.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제시하라고 외치면서 분신했고 많은 대학생들 또한 그 과정 속에서
수업 빠지기 일쑤였고, 연행 되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학점은 고스란히 멀어져갔다.
선동렬 학점이 수두룩 했지만 취업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그래서 그 당시의 대학생들은
취업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이 지금 사회에서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40~50대들이다.
그들은 현재 대학생들을 보면서 자신들의 경험을 충고삼아 이야기 해주지만
지금 대학생들에겐 그 충고가 절대 충고가 될수가 없다.
운동권은 더이상 대학생들의 판이 아니고 지금은 취업이 대학생들에게 가장 큰 문제다.
요즘 대학생들 보면 정말 열심히 산다.
정해진 스펙이라는 틀 안에 자신을 껴맞추기 위해 주경야독 그 이상으로 공부와 알바를 병행하면서
누가봐도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하고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고작 대기업 취직이다.
쉽게 말해 꿈이없다. 공부 좀 잘하면 고시쪽, 아니면 대기업.
그리고 더이상 자신의 소리도 낼 수 없다.
만약 삼성을 들어가려고 하는데 인성 면접을 본다고 치자.
면접관이 묻는다. " 에버랜드 증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뭐라고 말할까?
내 의견을 말하면 회사 입장에선 부정적이라 탈락할 거 같고, 취업하기 위해선 좋게 말해야 된다.
개인의 성격을 보는게 아니라 회사의 충성도를 보는 면접이 인성면접이었던가
읽으면 읽을수록 현실은 참 씁쓸했다.
더 읽으면 더 암담할 거 같아서 2/3정도만 읽고 그냥 덮었다.
이 책의 공저가 3명이라고 한다. 그들이 이 책을 출판하면서 받은 돈은 고작 600만원.
그걸 삼등분하면 각자 200만원씩. 듣고 하염없이 웃었다. 누구 코에 붙이지?
강연 할 때 이 책 쓰면서 들어간 밥,술,커피값만 200이 넘을 거 같다고 씁쓸하게 웃으셨다.
결국 나도 4학년이 되면 취업을 준비하면서 이런 고민을 해야 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돈을 조금 받거나 하기 싫어도 돈 많이 주는 기계가 되던가.
내 옆에 있는 심보선 시인의 '눈앞에 없는사람'이라는 책이 나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거 같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사람은 결국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어쩔수 없이 사회에서
맞춰 돌아가는 기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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