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 boribat
알라딘에서 예약구매를 해놓았던 강신주의 신작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가 오늘에서야 도착했다. 제목부터 참 강력하다.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냐니. 제목을 보고 있자면 마치 번지점프대 앞에 서있는 것처럼 아찔한 느낌이다.박스를 뜯어내고 뜨끈뜨끈한 이 책을 한 손으로 집어보니 그동안 냈던 그의 책들만큼이나 두껍다. 두꺼운 만큼 호흡이 길어지겠지만 책이랍시고 얇게 찍어내는 요즘 작가들을 보면 기분 좋은 두께다.
네이버 블로그 운영 당시, 강신주 박사와 관련된 포스팅 ⓒ boribat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했을 때 강신주 박사님의 저서나 강연등의 후기를 꾸준히 올린 적이 있는데 그게 언제부턴가 강신주 박사가 '핫'해지는 시기에 블로그의 유입수가 눈에 띄게 상승한 적이 있었다. 덕분에 아는 사람만 아는 지극히 조용했던 블로그가 시끌벅적해지고 강신주 현상에 대한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마감일 착오로 인해 결국 인터뷰는 아쉽게도 무산되었다. ⓒ boribat
어느덧 그의 책과 강연등을 졸졸 따라다니다보니 책의 디자인만 보더라도 어떤 출판사에서 냈는지 쉽게 알 것 같다. 이 책을 담당하고 있는 출판사, 동녘은 화려한 표지보다 무채색의 깔끔함을 강조하는 특징이 있다. 다상담 책들이 그랬고, 지그만트 바우만의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책 또한 그렇다.
이번엔 그가 선불교의 대표적 텍스트인 <무문교>에 근거해 '자유'와 '주인'이라는 키워드로 이야기한다. 강신주 박사는 우리나라 최초로 박사논문의 주제를 장자로 할만큼 동양철학이 주무기이고 불교 또한 그 맥락이라 더욱 기대된다.
영웅처럼 거닐며, 바람처럼 자유롭게 ⓒ 알라딘
목차를 펼쳐보면 48가지의 질문들이 나와 마주서고 있다. 특히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질문들이 많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뜻을 알고 있는 '카르페디엠'을 시작으로 자의식이라는 질병. 마주침과 헤어짐의 기로, 고통에 직면할 때 발생하는 기적, 결여의식을 결여할 때 찾아드는 충만감 등등. 열거하다보면 목차 전부를 쓸 정도로 흥미로운 질문들이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보고있자면 마치 주인이 된듯한 기분이 들고, 자유를 만끽하는 느낌이 든다.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낚아채는 사자처럼 ⓒ 알라딘
불교하니까 떠오르는 일화가 하나 있다.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 나 또한 그 책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책을 다 읽고나니 혼자 알고 있는 것보다 친구들에게 추천하자는 생각에 기독교를 믿는 친구에게 이 책을 빌려준 적이 있었다. 사실 무교인 내 입장에서는 이 책의 저자가 스님이든 아니든 내용이 불교라 할지라도 크게 개연치 않았던 반면 그 친구는 읽다보니 불교 내용이 너무 많아서 불편하다고 다음날 바로 되돌려 받은 적이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가는 행동이라 정말 불교 내용이 많은지 다시 한 번 읽어봤는데 그렇게 못 느꼈다. 분명 이 책 또한, 누군가가 내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불교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안타까울 것 같다.
(기독교를 비하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종교간의 괴리를 이해 못하는 무교임을 밝힙니다.)
강신주 박사는 어떤 책에서 꼭 죽기전에 쓰고 싶은 책이 있다고 했다. 바로 종교를 비판하는 책, 그게 불교든 기독교든 천주교든 전체를 망라해서 가감없이 비판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에서 이단 종교를 비판하는 세력들은 있어도 종교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 드물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꼭 그 목소리를 듣고 싶다.
무문관, 나와 마주서는 48개의 질문 ⓒ boribat
책은 사놓았지만 언제부터 읽을지, 언제 다 읽을지 감이 오질 않는다. 아무리 강신주 박사가 철학을 쉽게 풀어서 설명을 잘한다고 정평을 받고있지만 그래도 철학은 철학이다. 중간중간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들을 찾아보고 그것들을하나둘씩 이해하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감정수업을 읽었을 때 처럼 하나하나 꼭꼭 음미하면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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