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다상담2 - 정치
- 인문학의 주어는 항상 '나'이기 때문에 사적인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편한데, 정치는 '3인칭'이다. 나의 문제라기보다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 그래서 정치는 상당히 멀고, 움직이기가 힘들고 어렵다.
- 사적 소유권을 강하게 인정한다면 보수적인 입장, 그것을 부정하거나 일정 정도 제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진보적.
- 국영사업이 민영화가 되면 나중에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우리 헌법에 따르면, 가령 코레일을 민간 기업이 가져가면 회수가 안 된다. 헌법에서 사적소유권을 인정하기 때문.
- 보수 정당에서 자유민주주의란 개념을 계속 사용하는 건, 자유가 자본주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에서 '민주주의'는 멋진 레토릭에 불과한 거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는 그냥 자유주의.
- 대통령은 예산을 어디에 집중할지를 결정. 권력은 여기에서 오는 것. 세금을 걷어서 예산이 모이면, 이 돈을 어디에 분배할지 결정하는 것이 행정부 수반의 고유 권한.
-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는 이 사회에서 정치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은 돈 가진 사람들.
- 국가는 수탈과 재분배의 기구. 국가는 수탈에서 출발. 현대 부르주아 사회에서 국가가 자본가의 편을 드는 건 가장 많이 수탈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 사회민주주의. 민주주의라고 하는 건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이라는 건데, 그 앞에 사회라는 개념을 떡하니 붙이는 순간 이미 분배자가 등장. 사회민주주의는 공정한 분배자가 필요하다는 것. 현대 세계의 모든 국가에서 정권의 정당성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나는 공정한 분배자이기에 정권을 잡는 것이 정당하다는 거다.
- 마르크스의 <고타강령 비판>. 이 글은 사회민주주의가 등장햇을 때 마르크스가 쓴 거. '고타강령'은 사회민주주의자들의 강령. 고타강령을 통해 공정한 분배자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그래서 그들은 분배자와 피분배자라는 근본적인 위계 구조를 그대로 긍정.
- 4대강 사업이니 무슨 국책사업은 모두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도 국가는 마치 선심이나 쓰듯이 이 사업을 마구 시작한다. 결국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지배와 억압 관계를 근본적으로 없애려고 하지 않고, 지배자를 '정의롭고 선한 분배자'로 정당화했던 것.
- 인문학이 고민하는 정치 : 누구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영역을 얼마나 넓혀 놓을 수 있을지가 고민.
- 소유란 항상 타자를 배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요.
- 거실과 같은 영역이 공동체의 영역. 어떤 사람이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없어서 아무나 소유할 수 있는 형식이야말로 사랑의 형식이자 진정한 공동체의 형식.
- 어떻게 하면 소유의 형식을 줄여 나갈까를 고민하는 게 인문학에서 고민하는 정치. 의료, 집, 먹는 것 이 세가지는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된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전기 등 발전시설. 공적인 영역이어서 누군가가 독점하면 안 되는 영역.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부 법률로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놨다. 도로교통법, 시위와 집회에 관한 법률, 국가보안법.. 건방지게 법률이 헌법을 장악하는 게 우리나라인데 주권이 우리들한테서 나온다고?
- 정치적 권리와 힘이 있을 때 나는 주인이지만 그걸 누군가한테 줬을 때 나는 주인이 아니게 되는데, 우리의 권리와 권력은 양도할 수 있는 것일까? 양도하면 노예.
- 데모크라시, 민주주의는 랑시에르가 이야기한 것처럼 데모의 정치. 죽었다 깨어나도 나의 정치적 권리는 양도할 수 없는 것. 직접적으로 시위를 해야 한다.
- 우리가 주인일 때는 선거하는 날 하루고, 5년 노예.
- 이론상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삶에서 50보와 100보는 다르다. 중요한 건 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민주주의의 본령과 원칙을 정확히 알고 그 기준을 통해 투표를 해야 한다는 것.
- 나의 정치적 권리, 우리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서 발언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양도하지 않겠다는 것이 중요.
- 역사상 완전한 민주적 지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모순.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지도자가 있는가. 민주주의는 개개인들이 주인. 지도자가 아닌 심부름꾼이 있는 게 민주주의 사회.
- 국가가 민주주의에 반한다는 건 수탈이 강제로 이루어지기 때문. 엄격한 잣대에서 민주주의는 아직 실현된 적이 없다. 단, 독재에서부터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는 것.
- 내가 뽑는 그 사람의 비겁함을 내가 감당해야 한다. 그 사람에게 끈덕진 스토커처럼 계속 감시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
- 프랑스에서 민주주의나 정치철학이 발달한 이유는 딱 하나. 왕을 죽인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했기 때문에.
- 멘토는 무슨 멘토. 자신이 어리석고 멍청하다고 생각하니, 자꾸 멘토를 찾아서 지침을 들으려고 한다. 하지만 멘토의 지침을 계속 찾으면 우리는 계속 멍청해진다. 스스로 당당한 주체가 되기를 비겁하게 회피하는 순간, 우리는 점점 더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전락한다.
- 좋은 군주, 나쁜 군주를 가르는 건 착각. 중요한 건 군주라는 형식 그 자체. 이 형식을 어떻게 없앨지, 과연 이 형식은 없어진 것인지 이걸 고민.
- 사람들이 나를 몰라줄 때, 허영이 나온다. 유명해지고 싶기 때문에 무리수를 두는 것. 진보주의자들이 오른쪽으로 간다는 건 우리가 고마워할 일. 드디어 화장을 지우고 맨얼굴로 우리한테 온 거.
- 한국 정치사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당이 진보적 정치 세력이 앉아야 할 자리에 뭉개고 있으면서, 진보 세력이 성장하는 것을 막고 있다는 것.
그러니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통합해야 한다. 그때서야 정말 진보적인 정치 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
- 진보의 옷을 입고서 유명해진 사람은 약자에 대한 애정이라기보다는 그 애정을 빙자로 자기가 유명해지고 싶은 것이다. 진보의 제스처를 취했던 사람이 우측으로 가는 건, 화장을 지우는 것.
-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 인디언들은 모든 사람이 자유인이라는 기본 전제를 갖고 있다. 상대가 강하다고 해서 복종하지 않고 약하다고 해서 밟지 않는다. 자유인의 덕목. 그래서 인디언 마을에서는 아이를 때리지 않는다. 약자니까.
- 혼자 있을 때 아이큐가 130이라고 하면 아이큐 130을 유지. 두 명이 되면 120으로 낮아진다. 다섯 명이 회의를 하면 80으로 떨어진다. 130의 수준을 주장하면 여기서 왕따를 당한다. 백명이 모이면 70으로 떨어져야지 그나마 의사소통이 가능. 붉은 악마 정도 되려면 5정도. '민족' 개념이 되면 아이큐가 1. 아무 생각 없다. 그냥 '우리 민족? 일본 놈?' 이렇게 된다. 사람 수가 많으면 아이큐가 현저히 낮아진다. 한 개인의 독자성 같은 것들은사람 수가 많아질수록 희생된다. 그래야 그 집단이 유지되니.
- '다섯 명이 모여도 우리 각자 각자의 감수성을 유지하는게 가능할까?' 이 문제를 깊게 고민해야 한다.
- 여섯 명 정도 모여서 중국 요리 시킬 때. 짜장면 3, 짬뽕2, 볶음밥1. 직접민주주의는 그냥 시키는 거. 대의민주주의는 일단 볶음밥 제거. 그러고 투표를 하면 과반수. 과반수 되면 다 짜장면. 독재라는 건 볶음밥을 먹겠다는 사람이 선배라서 다 볶음밥 먹는 것. 그냥 다 시키는 게 직접민주주의.
- 민주주의는 직접적. 시간이 좀 걸린다. 음식이 늦게 와도 견디는 게 직접민주주의의 미덕.
- 우리 후손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될지가 나오면 민주적 품성에 맞게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다. 지금은 '네가 힘이 세면, 네가 1등이면 모조리 네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사실 지금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은 독재 시스템을 가르치는 것.
- 아버지가 생전에 좋아하신 음식이 아니라 홍동백서의 제사 의례를 지켜 제사상을 차리는 게 보수. 진정한 보수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와 방법을 지킨다.
- 진보의 슬로건은 여섯 글자. '사랑 때문이다'. 이웃, 가난한 자, 우리 후손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진보가 아니다.
- 왜 혁명을 일으키고 변화를 꿈꿀까. 나랑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 힘드니까, 앞으로 태어날 후손들이 이 사회구조에서는 살기가 힘드니까.
- 보수적인 사람은 높은 자리에 올라 자신의 이념을 관철하려고 한다. '오직 내 생각만이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는 아집과 독선 대문에 진보 세력 내에도 보수주의자가 생기는 거다.
- 투표를 하러 가서 알아서 집에 돌아올 수 있는 사람한테는 투표권을 다 줘야 된다.
- 교육법에는 아이들이 직접 개입을 해야 된다. 프랑스에서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시위를 한다. 자신들과 관련된 걸 어른들이 결정하니까. 특히 선거는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제도. 당연히 10대, 20대는 자신의 미래를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그러니 '너희들이 뭔데 우리 삶을 결정해?'라고 외치며 거리에 나오는 거다. 이론적으로 가장 이해관계와 기득권에서 멀리 있는 게 아이들.
- 아이들은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진보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당연히 보수 세력들이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을 허락하지 않는 거다. 또 하나, 상급 학교 진학이나 선행 학습으로 여력이 없이 지쳐 있는데,어떻게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 경쟁에 내몰린 사람들은 어린이나 어른이나 할 것이 없이 자기 생존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
- 부모님을 설득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 자식 힘들어진다는 것. 자식들에게 피해가 가면 부모님은 다른 사람을 찍는다.
- 내부의 온당한 문제 제기에 맞서 자꾸 외부의 적을 들먹이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그들은 내부의 건강한 비판을 외부의 적을 이용해 심지어는 외부를 적으로 만들어서라도 무마하려고 하는 거니까.
- 분단된 한반도에서 진보로 산다는 건 매우 서러운 일. 통일과 민주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니. 진보 세력들은 북한 체제를 긍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일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
- 진보의 핵심은 이웃과 후손에 대한 사랑. 더 강한 권력에 기대는 건 진보가 아니다.
- 우리가 가족인 이유는. 수건을 같이 쓰기 때문. 특정한 누군가 독점할 수 없기에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영역이 있다. 공동체가 유지되는 방법.
- 누구도 독접하지 못해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영역을 얼마나 많이 넓힐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공중 화장실, 의료 시스템, 주거도.
- 어떤 사람이 공부도 안하고 게을러서 가난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의료혜택을 받게 해 줘야 되고, 잠을 자게 해 줘야 되고,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리는 만들어야 된다. 그런 공동체의 형식을 고민하라.
- 시골마을에 있는 마을회관. 누구도 독점 못 해서 아무나 쓸 수 있는 그 공간이 얼마만큼 있느냐가 중요.
- 선진국의 척도. 공동의 기반을 얼마만큼 두느냐의 문제. 스칸디나비아 3국이 굉장이 배타적. 복지가 탐욕으로 갈 수도 있다.
- 용서는 그 사람이 완전히 자립하고 당당해졌을 때 힘이 세졌을 때 하는 거. 약한 자가 용서를 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용서한 것을 용서라고 하지 않는다. 약한 자는 용서하는 거 아니다.
- 자본주의가 많이 발달하면 노인들은 이 세계가 낯선 곳이 되는 거다. 그러니 노스탤지어가 더 강해지는 것. 자본주의 노인들을 폐물로 만든다.
노인들이 마지막으로 강렬했던 건 젊었을 때. 나쁜 것들은 그 피해의식을 집요하게 이용하는 것들. 자본주의를 고도로 발달하게 하고 경쟁을 시켜서 그들을 폐인으로 만든 것들이 다시 또 그들을 이용. 끌어안아야 한다. '어떻게 가급적 상처 안 주는 실천을 가족 사회에서 할 수 있을까' 이게 숙제다.
- 누구의 정책이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몇 걸음 후퇴시킬지를 조목조목 이야기해보자. 누구는 악이고 누구는 선이라고 하면 대화는 되지 않는다.
- 대개 피하는 건 무서워서 피한다. 정치 수준이 낮은 사람을 무서워한다. 그들의 폭력을, 강력함을, 심플함을.
- 설득을 할 때 기본적인 태도는, 내 말로 설득이 안 될 거라는 생각으로 설득하기. 프로포즈는 '되면 땡큐, 안 되면 말고' . 이런 여유를 가지고 하면 설득이 될 거다.
- 절실하게 소수가 다수가 되게 하자. 최선을 다하자. 할 얘긴 다 하자. 그게 바로 정치적인 행동이다. 비겁하게 틀어박혀 아무것도 안 하면서 '역사가 그렇지 뭐, 내 이럴 줄 알았어'. 이러고 있지 말자.
- 50보와 100보는 같지 않다. 힘든 사람들한테는 너무 다르다. 목숨을 구하는 거다.
- 가난한 자, 상처받은 자, 그리고 비참한 자, 그러니까 민중을 가슴을 품고 달리는 것과 민중을 관조하면서 그들을 뛰도록 독려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
- 계몽적 지성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강력한 권력욕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 계몽적 지성이 민중들이 스스로의 삶을 자각하여 스스로 불을 밝히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 그러니 계몽적 지성은 민중들이 애써 스스로 밝히 작은 불마저 바로 꺼 버리려고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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