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다상담1 - 고독
- 인생에서 가장 성숙한 사람은 10대 때 그 모든 걸 다 겪은 사람. 사람은 겪어야 할 것은 다 겪으면서 살게 되어 있다. 문제는 언제 겪느냐는 것. 나이 들어서 겪으면 뭐하나? 자신이 뼈저리게 겪었던 것을 제대로 살아볼 시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경험 때문에 잘못하면 건강마저 해칠 수 있으니 말이다.
- 젊었을 때 몸 사리면 안 된다. 젊었을 때는 더럽게 힘들어야 한다. 그게 다 보험이나 연금 같은 것. 나중에 웬만큼 힘들어도 안 힘들다.
- 최근에 나를 잊어버렸던 경험이 있는가? 그게 없으면 고독이라는 상태. 몰입의 특징은 나를 잊어버리는 것.
- 우리가 제일 슬픈 건, 나를 항상 의식한다는 것.
- 아이들은 좋아하거나 꽂히는 게 있으면 거기에 목숨을 건다. 고독은 몰입하지 않는 상태. 몰입되었다는 느낌은, 내가 없다는 느낌.
- 뭔가 너무나 좋고 매력적인 일을 하고 있으면 우리는 고독을 느끼지 않는다. 세계와의 관계가 붕괴되면 우리는 고독을 느낀다. 나에 대한 몰입이 아니라 내 바깥에 있는 세계에 대한 몰입도에 따라 고독을 느낀다. 그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게 나에게는 고독.
- 세계와 관련되어 있으면, 내 바깥에 있는 사람, 사물, 사건에 몰입을 하면 고독은 안 느껴진다.
- 내가 몰입할 대상이 존재하면 고독은 없다. 우리는 느끼는 고독의 정체는 몰입할 게 없다는 것. 사랑하는 게 없다는 것. 밤새도록 함께 있어도 시간이 가는지 모르는, 그런 존재가 없다는 것.
- 고독이라는 건 자의식이 강한 상태.
- 세계를 풍경으로 만드는 법. 누군가 떠들 때 그 사람 이를 보는 것.
- 공부 잘하는 놈들은 독한 놈들, 자기를 밀어내는 교재를 억지로 쑤시고 들어간 아이.
- 낭만적인 사람은 세상에 대한 몰입도가 높은 사람.
- 삶의 행복을 찾으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게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 몰입을 못 하면 죽는 거다.
- 지속적인 몰입. 가면 항상 몰입이 되는 곳, 만나면 항상 몰입이 되는 사람, 먹으면 항상 몰입이 되는 그것. 그런 것들을 찾는 게 문제.
- 타인을 파괴하지 않는 이상 모든 게 허락되어야 한다. 대마초 피운다고 사람 안 죽인다. 연주를 잘 하려고 몰입하려고 그러는 거다.
- 산다는 건, 사는 것의 정의는 항문을 조이는 거. 몰입과 무아의 육체적인 경험은, 드러나는 건 다 열리는 것. 이 경험이 매력적인 게, 완전히 어떤 것에 몰입한다는 것. 나를 떠나는 거다.
- '몰입도를 어떻게든 높여야 되는데 이 몰입의 방법이 나에게는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해 보자.
-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변비가 많나? 여자. 억압이 그만큼 많은 것. 몸이 자신의 바로미터.
- 스스로 고독을 깨기 위한 적극적인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 춤도 춰 보고 노력은 해 볼 수 있다.해보는 데까진 해 봐야 된다.
- 궁극적으로 보면 사회나 구조가 좋아져야 한다. 사람들이 바깥으로 나와도 따뜻하고 몰입할 수 있게.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건 내가 살아 있다는 걸 긍정하게 해준다. '내가 살아 있으니 이런 걸 내가 보네' 이런 느낌. 좋은 영화나 소설, 음악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 예쁜 사람 콤플렉스. 나는 착하고 예쁜 사람이어야 하고, 칭찬받는 사람이어야 된다고 여기는 것. 여기에서 빨리 벗어나야 된다. 이건 아기와 같은 상태. 이런 사람들은 주변 눈치를 보면서 일을 한다. 주위에서 예쁘다고 하면 일을 한다. 예쁘다고 하는 행동을 하느라 자신이 욕망하는 건 전혀 안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만 생각. 예쁜 사람 콤플렉스를 버려야 어른이 된다.
- 삶을 잘 살려면 어떤 것을 결정하든 부모님에게 '이기적이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 그런 말을 듣게 되면'드디어 내 삶을 사는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쁜 사람 콤플렉스를 벗어난다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을 때라는 것.
- 고독하게 자꾸 자기에게 말려들어가는 것들을 미화하는 형식이 '나를 사랑하자'
-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판단할 때 '지금은 이게 맞아. 오케이' 이렇게 한다.
- 예쁜 사람 콤플렉스는 한 번의 선택으로 완벽한 스토리로 살고 싶은 거다. 그러니 주저하는 거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하고 행동하면 된다.나중에 수정하면 되니까.
- 헷갈릴 때 할 것은 감각을 믿는 것.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지금' 감각을 믿기.
- 나를 사랑한다는 의지는 아무 것도 사랑하지 않겠다는 아주 단호한 의지.
- 자신을 아껴 주는 곳으로 가야 된다. 인생은 의외로 짧다.
- '이게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어'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결정을 못 한다. 그러니까 결정을 하고, 거기서 실패도 하고, 또 거기서 배워야 한다.
- 미래에 대해서 자꾸 어찌될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는 거는 자신이 비겁하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그리고 미래를 계속 공포스럽게 그리면 그릴수록 지금 내가 선택해야 될 걸 포기하려는 거다. 그래서 오지도 않는 미래에 오만 것들을 투수한다. 지금 것을 포기하겠다는 건, 안 하겠다는 말.
-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으면서, 부모에게 구시렁거리는 것을 추한 일. 자기를 먹여 살리는 사람에게 투정부리는 것은 어린애나 하는 일.
- 절망의 바닥을 쳐야 희망이 솟구치는 법.
- 사랑을 하게 되면 나이는 상관없다.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에게 부인이 있는지 남편이 있는지가 상관없다. 사랑은 둘의 경험이기에.
- 해야만 했던 것을 하지 못했다는 후회, 자기의 삶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진짜 힘든 것.
- 내가 어디까지 가 봤을까를 생각해 보라. 인생에서 무언가를 진짜로 경험했다고 할 수 있으려면 바닥까지 가 봐야한다.
- 사랑도 그렇고 삶도 그렇고 '아. 나는 여기까지구나'라는 게 자신의 개성을 알려주는 것.
- 내가 직면하고 있는 그 문제에 직면하기 싫으면 정치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올인을 할 수도 있다.
- 몰입을 한 다음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우리가 몰입한 것에 가장 가치가 있었다고 사후적으로 평가를 하는 법이다.
- 몰입이라는 건 없는 것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나라는 존재를 행복하게 만드는 나의 감각이자 느낌이다. 그러니 내 삶이 거기에 빨려 드는 거다.
- 내가 하면 몰입이다. 나의 몰입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그걸 집착이라고 비하한다. 몰입과 집착은 같은 이야기. 불륜이랑 사랑도 사실 같은 거. 용기와 무모함도 마찬가지. 힘든 일을 성공했다면 용기가 있었다고 말하고, 참담하게 실패했다면 용기를 무모함이라고 말한다.
- '무엇을 할 수 있지?' '나는 어디까지 행복할 수 있지?' '난 무엇까지 해 볼 수 있지?' '어디까지 꽃필 수 있지?' 이것만 생각해도 시간이 없는데, 지금까지 쓸데없는 걸 생각하고 고민하느라 인생을 너무 많이 버렸다.
- 자본이나 국가가 쓰지 못하게 자신을 위해 자신의 삶을 소비하라. 자본이나 국가는 에너지를 아끼라고 말한다. 자신들이 쓰려고 말이다.
- 잘 살지 못해도 저렇게 옳은 얘기를 해도 되는구나라는 희망. 자신감을 얻으라. 옳은 것은 옳은 거. 옳은 거를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사는 것처럼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렇게 살고 싶다고 이야기는 하자는 거다.
- 발버둥이라도 쳐야 한다. 그래야 눈감을 때쯤 되면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 거다. '남 눈치 보면서 사는 게 아니라 내가 결정했고 후회도 내가 했다'라고.
- 프랑수아즈 사강이 코카인 소지 혐의로 법정에 피고로 갔을 때, 사강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나를 파괴할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안전하게 살았던 대로 사는 거다. 감당하는 거다.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는 사람만이 나의 행복을 잡을 수 있는 힘도 있다.
- 어머니가 '너 그러다 망가지면 어떡하니?'라고 하면 '엄마, 저는 저를 파괴할 권리가 있어요' 이렇게 말하세요. 내버려 두라는 이야기죠. 내가 파괴하든 내가 말아먹든 내가 행복해지든 내가 감당하겠다는 거니까. 파괴도 내가 감당하겠다는 거.
- 어디서 누군가 "그렇게 하면 안돼!"라고 하면, "안 되는지 알아요. 안 되는 거 해 보고 싶어요"라고 얘기하는 거다.
- 인생의 목적을 길게 보지 말아라. '왜 사나?'라는 오만한 질문을 하지 말라. '오늘 좋았나?' '지금 이 시간이 좋은가?' 그렇게 집중하라. 항상 헷갈리면 지금 감각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이 모임이 좋은가?' '이 사람과 같이 있는 게 좋은가?' '이 책이 좋은가?' 이것만 집중하라. '이 책을 다 읽은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렇지 말고, 지금 순간에 집중하라.
- '왜 사나?'라고 질문하지 말아라. 그런 막연한 질문들에 대해 사람들이 얘기를 한다. 다 개소리. 우리에게 남는 건 오직 이 순간, 이 시간이 좋았는지 안 좋았는지 이거다. 길게 봐서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할거다.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아는가. 그건 우리가 알 수 없다.
- 그 막연한 질문들이 대개는 지금 내가 좋은지 내 느낌이 어떤지를 은폐하기 위해서 던져지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막연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사람,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무시할 때 쓴다.
- 자신의 삶을 하나의 축복으로 생각하려면, 먼저 해야 할 일은 고독과 싸우는 것이다. 고독해지는 내 모습과의 싸움.세계를 풍경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세계에 몰입할 걸 찾아야 한다. 그게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너무나 커다란 행복일 수도 있다.
- 제대로 살려면, 행복하게 살려면, 우리에게는 몰입할 대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 고독은 자기에 대해 몰입하는 것. 타인에 대해 몰입하지 않기로 작정했을 때 쓰는 전략.
- 타인은 절망의 원인이자 동시에 희망의 원인. 불행의 원인이자 행복의 원인.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울이 아니라 나를 사랑해주는 타자가 아닐까? 타자는 나를 비춰 주어 나를 만들어 주거나, 동시에 거울처럼 나를 고독하게 만들지는 않기 때문. 거울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거울을 깨서 타자를 만날 것인가?
- 사랑은 차이에 대한 긍정. 사랑의 파국은 차이에 머무르면서 자신을 변형시킬 수 없었던 우리 자신의 미숙 때문에 최종적으로 일어나는 것. 사랑은 나의 기쁨을 부여잡으려는 노력이며, 따라서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
- 우발적인 마주침을 통해서 사랑이 찾아왔던 것처럼, 언제든지 상대방은 나와의 지속적인 마주침을 거부하고 떠날 수 있다. "지금까지 함께 해 주어서 너무 고맙습니다" 이것이 이별을 고하는 상대방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말.
- 무엇이든지 시작보다는 결말에서 더 많은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 모든 사랑이 첫사랑의 반복. 하지만 차이를 지닌 반복. 첫사랑은 미래의 어느 순간 우리에게 닥칠 모든 사랑에 대한 지울 수 없는 원초적 기억, 혹은 트라우마로 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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