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만년필을 들고 독서노트를 써내려간 거 같다. 뭐 말이 독서노트지, 본문 속 와닿는 문구를 내 손으로 종이에 옮기는 일이었다.작년부터 직장을 다니면서 아날로그보다는 좀 더 가벼운 스마트 라이프를 지향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독서노트만큼은 타이핑이 아닌 한 자 한 자, 또박 또박 쓰고 있다. (물론 악필은 감수해야하지만)
하지만 쓴다는 것은 키보드에 치는 타이핑과는 달라서 오롯이 그 시간에 쓰는 것에 대해서만 집중해야 한다. 멀티 태스킹에 익숙한 요즘 따로 시간을 내어 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그 중요성을 잘 알기에 늘 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잘 안되는 일이기도 하다.어쨌든 앞서 말했듯이 독서노트를 작성했다.
몇 년, 아니 몇 달전까지만 해도 책은 종이 책으로만 읽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집중도가 다르다. 하지만 정리력 페스티벌을 하고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지향하는 요즘 공간을 뺏아가는 책들도 하나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그래서 스스로 타협한 것이 모든 책은 E-Book 구입을 원칙으로 하되, E-Book이 따로 없거나 이 책만큼은 소장해서 가지고 있어야하는 책들은 종이 책으로 구입하는 것이다. (물론 가장 후자인 경우는 드물겠지만?) 이 책 또한 E-Book으로 구입했고, 여러 번 읽었는데도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여러 번 읽고 있다.
굳이 정의하자면 수집하는 것을 굉장히 즐겨하는 맥시멀리스트에 가까운 나에게 미니멀리스트는 도무지 도착할 거 같지 않은 종점과도 같지만 시작한 이유는 조금이나마 물건들에게 해방되기 위함이다. 분명히 내가 필요해서 구입한 물건들인데, 이제는 그 물건들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여러번 받았다. (그래서 나로 하여금 그들을 버리지 못하게 조종하고 있는 것처럼?!)
먹는 것, 입는 것, 쓰는 것, 보는 것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행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많은 욕심을 부리고 있는가.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들도 그 쓰임새가 다르다며, 여분이 필요하다며 또 다시 구입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 가까워지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에리히 프롬이 언급되었다. 뭐라고 했을까.
에리히 프롬이 말했듯이 꽃을 바라보는 것은 존재하는 삶의 방식이고,
꽃을 따는 것은 소유하는 삶의 방식이다.
우리의 목적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다.
소유하는 삶에 익숙한 내가, 존재하는 삶으로 변화되는 것은 굉장히 어렵겠지만, 꼭 해야될 일이기도 하다.
독서노트에 서두에 적어놓은 것처럼 심플한 삶이라고 해서 심플하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의 변화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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