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는 대체로 재미가 없다. 그래도 그나마 봐줄만한 장르가 러브레터나 지금, 만나러갑니다와 같은 멜로/로맨스거나 지금 소개하는 애니메이션들이다.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라 1달에 한 번쯤은 극장을 찾아가서 신작들을 보곤한다. 그리고 집에서도 예전에 봤던 영화나 극장에서 보지 못한 영화들을 찾아보기도 하는 편이다
우리는 배가 고파서 식당을 찾을 때, 가보지 않았던 식당보다 이미 검증된 식당을 더 선호한다. 순대국밥이나 해장국처럼 흔하디 흔한 메뉴가 질릴법한데 술 먹은 다음 날이면 이보다 좋은 메뉴가 없다. '영화'도 그렇다. 음식보다는 덜 하겠지만 새로운 음식보다 이미 검증된 메뉴를 다시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아마 위 두 애니메이션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중학생 무렵이었다. (개봉일을 찾아보니 센과 치히로는 2002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2004년이니 맞다.)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틀어줘서 집중이 될리 없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무척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남아 있다.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았음에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캐릭터들이 독특했다는 느낌이 남아있었고, 하울은 음악이 좋았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좋았던 영화든, 그렇지 않았던 영화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줄거리는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방금 말한 '느낌'이라는 것이 그 둘을 명확히 나누어준다. 좋았던 영화들은 주로 이 느낌들이 남는다. 그리고 이 느낌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드문드문 곁에서 다시 생각이 나게끔 좋은 향기를 풍긴다. 그래서 그 향기가 우리 곁으로 다가 올때쯤 다시 한 번씩 그 작품들을 찾아보는 거 같다.
이미 개봉한지 오랜 시간이 지난 작품들이 가끔 극장에서 재개봉해줄 때가 있는데 정말 아쉬운 것은 재개봉할 때는 그 소식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문득 생각이 나서 찾아보면 재개봉을 했던 기록이 남아 있다. (물론 재개봉을 한다고 해서 내 주변 영화관에서 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위 두 애니메이션 영화도 2014년, 2015년에 재개봉을 했었는데 극장에서 다시 보고픈 작품들이다.
어쨌든,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봤다. 이 작품을 보고나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원령 공주도 자연스레 찾아봤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남들 한번씩 다 보는 원피스, 나루토도 한 번도 안 봤고, 캐릭터가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르는 정도) 쫓아다니면서 보고 그러지 않는데 이상하게 센이나 하울같은 작품들은 조금 다르다. 특히 영화의 줄거리보다 영화 OST때문에 가끔 꽃히는 영화들이 있는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그렇다. (히사이시조는 천재인듯) 어렸을 때 봤던 어린왕자가, 지금과는 느낌이 다른 것처럼 애니메이션도 똑같다.
언제 봐도 이 작품들은 질리지 않는다. 그 짙은 향기들이 언제 다시 내 주변으로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들의 음악들은 향기가 나지 않아도 많이 찾아볼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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