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모르겠지만 내가 어렸을 땐 평일 저녁5시면 재밌게 친구들이랑 놀고 있더라도 집에 가서 그랑죠 같은 만화를 보았다. (꼭 봐야하는 줄 알았다 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일요일이면 아침8시에 티몬과 품바나, 라이온 킹을 보는것도 하루 일과 중 하나였다.(그땐 밥을 거르는 적은 있어도 만화를 거른 적은 없었던 거 같다)
하지만 그 이후로 만화를 봤던적이 많지 않다. 만화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 돈 주고 만화책을 사거나 빌려서 봐야하는지 대해 너무 불만이 많았으니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는 참 이분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던 거 같다.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됐는지 본질적인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 현실적인 내 성격이 그때부터 축척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만화와는 담을 많이 쌓은 편이었다. 그러기에 영화를 볼 때도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남들은 꼭 한번씩은 봤던 스타워즈, 슈퍼맨은 나에게 기피 대상 1호였다. 좀 과장하자면 그런 류의 영화들은 권선징악이라는 뻔한 틀 안에서 9대 맞고 있다가 1대만 때리면 이겨서 미녀와 멀리 떠나는 이야기... 그들은 비현실적이었고 우리와는 너무 다른 세계였다. 배트맨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우연히 본 배트맨 비긴즈에서 크리스찬 베일은 전형적인 부잣집 도련님에 그냥 끌고 다니는 차가 람보르기니, 취미는 배트맨이었으니까.
그런데 잠깐 본 배트맨 비긴즈에서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히어로물과 많이 달랐다. 분명 부잣집 도련님에다가 밤에 배트맨 가면을 쓰고 고담시를 돌아다니는데, 그의 눈에서는 정의에 심취해 당당한 눈빛이 슬퍼보였다. 다 가질건 가졌던 그에게는 뭔가 모를 쓸쓸함이 느껴졌다. 그때부터 배트맨에 빠졌다고 해야할까, TV에서 우연치않게 본 배트맨 비긴즈 후속작으로 다크나이트가 개봉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첫 작품은 제목이 배트맨 비긴즈인데 왜 2편은 다크나이트일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영화가 끝나니깐 의문이 풀렸고 그에게 다크나이트는 너무 잘 어울리는 호칭이었다. 사실 다크나이트에선 배트맨보다 조커가 더 애착이 많이 남는다.
그리고 시리즈 완결판, 다크 나이트 라이즈.
엊그제 개봉한다는 소릴 듣고 금요일 술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요일 조조로 무리하게 예매를 했다가, 그냥 잤다. 그래서 오늘 다시 한번 예매해서 보고왔다.
히스레저가 아쉽게 조커역할에 너무 심취해 그 여파로 이 세상에는 없는게 많이 아쉬웠지만 충분히 즐길만 했다. 시간이 된다면 한번 더 가서 봐도 괜찮을 거 같고.
배트맨 시리즈는 완결됐지만, 이후 배트맨 후계자 로빈으로 또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본다. 놀란 감독 특유의 열린 결말이 좋다.
프레스티지부터 인셉션, 그리고 배트맨 3편까지. 개인적으로 이 글을 읽는 블로거들 중에 배트맨 시리즈를 다 즐기셨다면 프레스티지도 한번 추천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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