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실감나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공항에 도착한 순간이다. 무수히 많은 여행지를 다니며 공항에 내릴 때 그 도시만의 고유한 냄새를 맡으면서 비로소 여행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그 향기는 마치 그 나라만의 분위기와도 비슷해서 일본에서는 차분한 냄새가 흘렀고 치앙마이에서는 자유로우면서 동남아의 더위를 증명하듯 퀘퀘한 냄새도 함께 풍겼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과거 행복한 순간을 떠오르게 하는 특별한 향이 있나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향이 있다기보다는 해외여행 갈 때마다 여행지에 도착한 첫날 향수를 꼭 하나씩 사요. 그러곤 여행 내내 그곳에서 산 향수만 뿌리죠.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 그곳에서 뿌린 향수 냄새를 맡으면 저절로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떠오르거든요. 그때 뿌린 향수로 인해 여행의 기억들이 저절로 떠오르니까 저에게 향수는 ‘기억’인 것 같아요.
잡지 <얼루어> 인터뷰를 통해 배우 정유미는 여행지에서 구입한 향수를 여행 내내 뿌리며, 그곳을 추억한다고 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여행지를 다니면서 여행을 추억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 번도 떠올리지 못한 생각이었다.
예능 <대화의 희열2>에서 김영하 작가는 여행을 떠나면 각 나라의 기차를 꼭 타곤 하는데, 역에 들어오는 기차 소리를 녹음한다고 했다. 방송에서 일본 여행 중 녹음한 기차 소리를 들려준 적이 있는데 그 소리를 듣자마자 정말 일본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 여행지로 떠나면 정유미 배우와 김영하 작가가 각자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을 나도 한 번 써먹어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여행은 지금까지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떠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여행에서 쓰지 못한다면 일상에서 써먹으면 된다. 가장 저렴하게 일상의 기분을 바꿀 수 있는 건 '향'이다. 정유미 배우가 썼던 향수는 너무 자주 쓰면 비싸니까(?) 그것보다는 저렴한 인센스를 써서 일상의 꿀꿀하거나 우울한 기분을 종종 바꾸곤 한다. 종류도 여러가지라 아침에 쓰는 향, 저녁에 쓰는 향, 스트레스 받을 때 피는 향. 시간이나 기분에 따라 다양한 인센스를 나눠 쓴다.
앉아 있는 곳과 가까운 곳에 향을 피우고 나면, 평소에는 좀처럼 하지 않았던 심호흡을 여러 번 한다. 그러고 나면 향이 좋아서 그런지, 심호흡을 해서 그런지. 아니면 둘다 해서 그럴까?
기분은 전보다 훨씬 좋아진다. 단돈 몇 백원에 즐기는 좋은 기분이다.
기분을 바꾸고 싶을 땐 향을 바꾸자. 당신의 기분은 전보다 한결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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