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가끔은 매번 봐왔던 친한 사람들보다 직접적으로 엮인 관계가 없는 낯선 사람들에게 받는 위로가 더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이렇듯 TV프로그램 또한 그렇다. 매번 내가 보던 시간대의 드라마나 예능이 아닌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조용히 방영하고 있을 프로그램들이 때로는 우리에게 더욱 더 유용하고 깊은 여운을 가져다 준다. 어디선가 한번쯤 봤던 배우들이지만 그렇다고 이름까지는 알지 못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는 'KBS 드라마 스페셜' 또한 한 때 방영했었던 'MBC 일요 드라마극장'이 그렇다. 방송특성상 높은 시청률로 끌어내지 못하지만 실력 있는 배우들로 단막극 형태에 불과하지만 적잖은 매니아층을 이끌고 꽤나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일상이 지겨울 때면, 일상과 동떨어진 슈퍼히어로물이나 액션물. 너무 바쁠때면 한없이 여유로운 조용히 흘러가는 영화.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영화나 TV 프로그램들이 가끔씩 메꿔주곤 한다. 요즘은 시간적으로는 한없이 여유롭고 정신적으로는 바쁘다보니, 도서관에서 열 몇 시간을 공부하다가 머리가 지끈 아파서 그 두통을 해소하기 위해 먹는 초콜렛처럼 풋풋한 이야기들이 그리웠나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건 작년 이맘때쯤 방영했던 KBS 드라마 스페셜 <사춘기 메들리> 4부작이었다. 이 드라마는 특히 동명 웹툰인 <사춘기 메들리> (곽인근 작가)의 작품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는데 웹툰보다도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서 개인적으로는 '영상'으로 제작된 드라마가 더 좋았다.
특히 연출을 맡았던 김성윤 작가의 드라마 곳곳에 배치된 아기자기한 '연출'이 몰입도를 더욱 더 높이는데 일조했다.
둘에서 이제 하나로,
어릴 때부터 반장을 도맡아와서 그런지 사람의 관심을 받는게 익숙하다는 여주인공
'난 익숙해'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 중 하나.
특히 OST였던 제이래빗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가장 잘어울리는 장면이기도 하다.
정우가 부른 김광석의 '잊혀지는 것'을 듣고나서 오빠 생각에 슬퍼하는 아영
일상이 마냥 기쁘다.
그리고 촬영지였던 전북 임실군의 배경도 아주 탁월한 선택.
4부작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질질 끄는 거 없이 매 회마다 씬 하나하나 공들여서 만든 티가 난다. 그 덕분일까. 연기, 장소, OST 등등 어느거나 할 거 없이 모두가 더할나위 없이 좋다. 특히 이 드라마는 유튜브에 업로드되어있는데 그 아래 댓글들을 보면 한국 사람들보다 외국사람들이 더 열광한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은 영어 자막이 입혀져있음)
그들은 왜 다음 회는 없는지, 다른 주인공들은 10년 후의 모습도 그대로인데 남자주인공(곽동연)만 다른 인물로 바뀌는지생각치도 못했던 부분들까지 말하는 걸 보면 영어 자막 또한 대충 만들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개인적으로 사춘기 메들리 DVD가 발매되면 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원래 이런 장르의 드라마는 낯간지러워서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이 작품만큼은 별 다섯개를 주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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