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른 여섯, 이정도 나이에 가수라면 보통 데뷔 연차가 꽤 될테지만 수상한 커튼은 많이 늦었다.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해 2009년, 30대에 접어 들어 첫 정규 음반을 발매했다. 이 음반이 바로 1집 <아직 하지 못한 말>이다. 보통 두 단어들을 조합할 땐 어울릴법한 단어들로 붙여놓기 마련인데 '수상한'이라는 형용사에 '커튼'이라는 명사. 도무지 머리를 굴려봐도 어울리는 느낌이 없다. 처음 이 이름을 접했을 땐 4차원적인 밴드인가도 싶었는데 알고보니 여자솔로란다. 그렇게 싱어송라이터라 부르는 수상한 커튼을 처음 접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미 2009년도에 1집 <아직 하지 못한 말>을 발매했으나 그때 당시엔 잘 몰랐다. 그러다 몇년 뒤 발매했던 싱글 앨범, <겨울의 끝>. 총 세 곡이 수록된 이 싱글 앨범에 2곡이 몇년 째 나의 단골음악들이다.
늦은 밤, 잠을 청해보지만 정말 잠이 들지 않는 애매한 상황에 듣기 딱 좋은 음악. 귓가 근처에 음악을 조용히 틀어놓고 노래를 음미하고 있으면 몸이 나도 모르게 편해진다. 노래에서 주는 편안함은 이내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수상한 커튼이라는 이름처럼 커튼 뒤로 숨겨진 수상한 것들이 내 앞에 천천히 펼쳐지는 느낌.
그리고 겨울의 끝, 정말 겨울의 끝자락에 온 것만 같은 아니 겨울의 끝에 들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노래다. 이 노래로 수상한 커튼을 알게 되고 한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푹 빠져 있다. 추운 겨울처럼 언 마음이 누군가로 인해 따뜻하게 녹아내리는 긍정적인 변화를 이야기하는 이 노래는 정말 듣고 있노라면 봄이 올 것 만 같다.
2집 <아름다운 날>에서 듣고 푹 빠진 타이틀 곡, 듣고 있노라면 바닷가 근처에 위치한 따뜻한 마을로 마냥 여행을 떠나고 싶다.
수상한 커튼의 팬으로서 3집도 얼른 내줬으면 하는 바램도 크지만, 늦더라도 그만큼 퀄리티 있는 음악을 가지고 오면 좋을 것 같다. 이아립씨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만의 색채가 확실한 가수. 이제 수상한 커튼을 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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