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을 위해서 카메라를 하나 장만했다. 급하게 계획된 여행이라 카메라 구입 또한 급하게 이루어졌다. 예전부터 갖고 싶었던 Sony QX-100이라는 모델의 카메라인데 기존의 카메라와는 사용법이 아주 많이 다르다. 보통 이 제품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왜 렌즈만 들고 다니지? 라고 생각하는데 이 자체가 그냥 카메라다. 즉 사진(+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
다만 디스플레이가 없다. 대신 핸드폰이 디스플레이 역할을 해주는데 요즘 많이 사용되는 블루투스 통신이 아닌 신기하게 와이파이 통신으로 연결이 된다. 왜 와이파이를 채택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지만 어쨌든 연결해서 사용하면 기존의 카메라처럼 사용할 수 있다. 카메라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나중에 시간 되면 포스팅 한 번 하는 걸로 마무리.. 아무튼 춘천여행 스타트!
아직 회사에서 인턴이라 하계 휴가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이틀 정도 다녀오라고 해서 8월 3일부터 4일까지 1박 2일로 춘천에 다녀왔다. 2년 전에 다녀왔던 내일로 여행 이후로 오랜만에 탑승하는 기차 여행이다. 거기다가 말로만 들었던 ITX 열차다보니 이번 여행은 더욱 더 기대됐다.
전철을 타고 다니다가 용산, 왕십리, 청량리 등 ITX가 지나가는 구간에 있는 역들에는 카드를 찍고 안으로 들어오면 신기하게 승차, 하차 단말기가 또 존재하는데 예전에는 왜 그런 단말기가 이 곳에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전철->ITX 또는 ITX-> 전철로 갈아탈 때 그 곳에서 단말기를 찍고 가야 카드 처리가 이상 없이 처리 된다. (환승 불가) 어쨌든 남춘천으로 향하는 ITX 전철은 청량리 역에서 탑승했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다보니 참 깔끔한 맛이 느껴진다. 기존의 기차들보다는 객실의 규모가 작은 반면에 객실 사이 사이의 공간이 넓게 배치되어 있어서 입석으로 이용하는 사람이나 자전거 등 큰 짐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교통수단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특이하게 가끔 2층으로 되어있는 ITX 열차를 발견할 수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저 곳에서 타서 가보는 걸로.. :-)
청량리에서 1시간 정도 달리다보니 남춘천에 도착한다. 요금은 일반 전철(경춘선)에 비해 조금 비싸긴 하지만 빠르고 편하고 이 두 가지 장점만으로충분히 탈 가치가 있었다.
춘천에 도착한 첫 날, 가장 먼저 가본 곳은 소양강 처녀, 아니 소양강 댐! 소양강 댐은 한국 수자원 공사에서 관리하고 있는 시설이었다.
저번주에 비가 조금 내리긴 했지만 그렇게 많은 양이 내린게 아니라서 그런지 댐이 댐 같지 않았다.
그래도 풍경 하나는 기가 막혀줬다. 이 날은 날씨가 조금 흐렸는데 만약 맑은 날이었다면 강 전체가 반짝반짝이면서 진귀한 풍경을 볼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저 멀리 있는 곳에서부터 지금 사진 찍고 있는 쪽으로 쭉 걸어오면 꼭대기에 정자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서 소양강 댐을 사방으로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날이 습하다보니 생각보다 체력이 금방 고갈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게 소양강 댐을 뒤로 한채 배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하면 볼 수 있는 청평사로 가보기로 했다.
성인 기준 6천원을 지불하면 2장의 승선권을 주는데 올 때 한 장, 갈 때 한 장씩 제출하면 된다.
배에 탑승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랜만에 배를 탔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다들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신기해했다. (나도 물론)
배에서 내려서 청평사로 가는 길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곳곳에 우거진 숲 속 안에 계곡들이 숨겨져 있다. 여분의 신발만 챙겨왔었다면 물 속에 들어가보는건데 매우 아쉬웠다.
향토 음식점 주변에서 음식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걷고 걷다보니 청평사에 가까워진다. 사실 청평사까지 갔다오긴 했는데 청평사는 예전에 다녔던 절들이랑 비슷했고 오히려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놓여진 풍경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중간에 폭포도 숨겨져 있었다. 이 곳에서 놀면 정말 시원하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겠지만 출입 금지.
배가 여섯시가 조금 넘으면 끊기는 탓에 부랴부랴 마지막에서 두번 째 배를 타고 다시 소양강 댐이 있는 선착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댐에 왔을 때 탔던 버스를 타고 춘천의 명물 닭갈비를 먹으러 명동 닭갈비 골목으로 향했다.
닭갈비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이 날 먹었던 숯불 닭갈비는 정말 맛있었다. 다만 휴가철이라 그런지 가게에 종업원들이 많이 없어서 불친절한게 흠이었다. 그리고 강원도 올 때마다 한 사발씩 걸치는 옥수수 동동주도 곁들였다.
이렇게 닭갈비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둘째 날로 접어들었다.
둘째 날은 구봉산에 있는 산토리니. 레스토랑 겸 카페 겸 펜션? 어쨌든 분류가 애매모호하긴 하지만 상당히 이국적인 춘천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다.
또한 그 옆에는 투썸 플레이스도 같이 있었는데 기존의 투썸 체인점들보다 훨씬 멋지다는 느낌이 들었다. 춘천 풍경을 보기 위해 산토리니와 투썸 플레이스 중에 한 곳을 들어가야 하는데 선택할 때 되게 망설였다. 하지만 선택은 산토리니!
산토리니 입구에 들어오면 여러가지 빵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비싸다. 패스.
그리고 한 쪽 면에는 이렇게 병들이 전시되어 있다.
다른 면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컵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런 전시품(?)들이 카페를 더욱 더 멋드러지게 만들어준다.
오전 11시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바글바글. 사진 찍는 쪽에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 외에는 거의 꽉찼다고 보면 된다.
커피를 마실까하다가 너무 비싼 가격 탓에 가격이 비슷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베스킨라빈스와 가격이 비슷하다는 합리화에)
그리고 밖으로 나가보면 소원의 탑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 곳이 바로 춘천에 들르면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에 손꼽히는 관광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춘천 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그리고 소원의 탑 방면에서 산토리니 건물쪽으로 한 컷 찍어보니 건물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산토리니를 뒤로하고 조금 내려오다 보면 빵공장 라뜰리에 김가라는 곳이 있다. 이 곳은 몰랐던 곳인데 택시기사님이 소개해주셔서 들러봤다.
산토리니만큼이나 입구에서부터 뭔가 기대감을 증폭시켜준다.
안으로 들어와보니 빵공장답게 다양한 수제 빵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아까 산토리니에서 팔던 빵들과는 클래스가 다른 빵들이었다. 가격도 그렇게 비싼편은 아니라서 그런지 배만 고팠다면(+돈만 있었으면) 다 한 입씩 먹고 싶었다.
칠곡 식빵이 단돈 5,500원.
요건 처음 보는 빵인데 6천원. 크기만 보면 어마어마하다.
이런 빵은 해리포터에나 나올법한 빵인데 지금 사진으로 보니 다시 가서 먹어보고 싶다.
사진에 있는 빵 말고도 다양한 빵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거짓말 안하고 다 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퀄리티가 상당했다.
하지만 선택은 빵이 아닌 케이크로. 아메리카노도 생각보다 저렴해서 싼 가격에 함께 케이크를 먹을 수 있었다.
가게 내부도 산토리니만큼이나 이국적인 느낌을 들게 해주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재즈풍의 음악들이 아메리카노를 더욱 더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혼자 살면서부터 인테리어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는데 이런 소품 하나하나 참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든다.
바깥 풍경도 예술, 날씨가 습하지만 않았더라면 밖에서 먹는 건데, 시원한 내부를 포기할 수 없었다.
물이 졸졸졸.
라뜰리에 김가에서 배부르게 커피와 케이크를 먹고 한 시간 넘게 도보+버스+지하철로 갈아타서 김유정 역에 도착했다. 전국의 다양한 역을 다녀봤는데 이렇게 한옥으로 되어있는 역은 딱 세 곳뿐이었다. 전주, 영월, 김유정.
여자같은 이름이지만 김유정 작가는 남자.
바로 이 분이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봄봄'이라는 소설의 저자였는데 꽤 젋은 나이에 단명하셨다. 그렇게 김유정 문학촌을 짧게 구경을 마치고 다음날 출근을 하기 위해 다시 청량리행 ITX를 탑승했다.
집에 와서 이렇게 여행의 흔적들을 고이 모셔두고 여행노트를 닫으면서 이번 여행은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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