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인터넷에서 재미로 검사하는 사이트들이 늘었다. 나와 비슷한 대통령 유형 테스트(링크)라던가, 나만의 꽃 심기 테스트(링크)라던가. 그로 인해서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MBTI 검사가 유행이라고 한다. 재미도 좋고 유행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검사들을 활용해서 본인을 잘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학교 때부터 MBTI를 검사를 종종 했었다. 학생 때는 학습지원센터였나? 아무튼 그곳에서 학기에 한 번씩 검사받으러 다녔다. 준비된 테스트를 마치고 나면 상담 선생님은 채점을 마치고 나의 진로, 학습 고민을 상담해주셨다.
고민 중에 하나는 예를 들면 이런 것이었다. 조별과제를 하는데 내가 조장을 맡았고 조원들의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나는 이미 시작할 때 그들의 기대치를 한참 낮춰서 생각했는데도, 결과물은 그보다도 못 미칠 때 나 혼자 이끌어가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답답할 때는 내가 모든 과정을 이끌어가는 게 속편했다. 다른 사람을 꾸짖으면서 함께 성과를 내기보다 나 자신을 갈아 넣어 성과를 내는 편이 편했다.
정답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이미 그 소용돌이 안에 있을 때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편한 방법만을 고집하기 쉽다. 그래서 늘 하던 방식을 선택했고 또 힘들어했다. 나는 통제 성향이 강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몇 년에 한 번씩 하는 MBTI에 검사에서도 늘 결과로 나오고 이화방어기제 검사에서도 '통제'는 거의 만점을 받는다. 모든 것들이 내 손안에 있어야 하고, 내가 계획한 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상담 선생님은 남들을 미리 예상하지 말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움직이지도 않을 뿐더러, 예상한 대로 움직인다고 해서 내가 편해지지 않는다고. 밥만큼 나이도 많이 먹은 덕분일까. 이제는 '통제' 성향을 많이 내려놨다. 그래도 여전히 통제 성향은 남들보다 강하다.
나를 계속 파악하는데 노력한 덕분일까. 예전처럼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기는 편이다. 여행을 완벽하게 계획한다고 해서 꼭 재밌는 여행이 되는 건 아니다.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 보면 여행 자체를 즐기기보다 계획을 지키느라 여행이라는 퍼즐을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얼개만 짜고 그 안에서는 늘 상황에 맞게 움직이는 법을 배웠다. 이것도 나이가 든 덕분이다.
20대 중반 때 자기 분석 보고서를 처음 썼었다. 2014년에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티스토리에 썼고, 3년 뒤에는 요즘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에 썼다. 여전히 나처럼 '자신'에게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읽고 간다.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그 당시의 나는 지금의 나와 많이 달라졌지만, 남들 앞에 글 쓰는 걸 좋아하는 나도 자기 분석 보고서만큼은 공개해야 하나 많이 망설였다. 그런데 약점, 단점이라고 하는 것들은 꽁꽁 숨기기보다 꺼내야만 좋은 방향으로 개선된다. 이미 경험한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지금도 가끔 한 번씩 블로그와 브런치에 들어가서 자기 분석 보고서를 읽는다. 내가 썼는데도 재밌다. 하지만 자기 분석 보고서는 더이상 업데이트되지 않을 예정이다. 이제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검사를 받았다. 그 검사들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혼자서만 검사한다면 효과는 약할 것이다. 모임을 꾸준히 한 덕분에, 그리고 다들 나처럼 자기 분석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덕분에 모임에서 함께 검사를 했고, 검사 결과를 토대로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내 눈에 띄지 않은 장점은 다른 사람들이 발견해줬고, 나 역시 그들의 장점을 발견해줬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단점을 아주 잘 알고 있지만, 장점은 겸손을 핑계로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더더욱. 그래서 다른 사람. 그것도 여러 명이 계속해서 인정해줘야만 그때 마음의 문을 연다. 원래 문이라는 건 여러 번 두들겨야 겨우 열리기 마련이니까.
이번 글에서는 나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검사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 검사들은 모두 내 돈을 내고 받은 검사들이고, 포스팅을 목적으로 협찬이나 할인 등은 전혀 받지 않았다.
1. MBTI
MBTI는 에너지 방향, 인식 기능, 판단 기능, 생활 양식등을 통해 본인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검사다. 자세한 설명은 인터넷 검색하면 잘 나오니까 생략하고, 나는 예전에 ISTJ였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티스토리에도 ISTJ글이 몇 년 전에 쓴 건데도 여전히 인기 글이다.
지금은 에너지 방향이 바뀌어서 ESTJ로 바뀌었다. 그런데 E의 선호도가 매우 낮다. 이 말은 외향적이면서 내향적이란 말이다. mbti에서 점수가 낮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고, 양쪽 모두 잘 활용한다는 뜻이다. 5년 넘게 모임장을 맡고 있고, 회사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항상 관리하는 역할을 맡다 보니까 자연스레 외향 성향이 표출된다. I가 편한 내게 E가 나온 건 이렇게 환경적인 요인이 크다.
E의 세부지표를 보면 왜 내가 I를 편하게 느끼는지 알 수 있다. 능동은 낮은 편이고, 보유적이다. 그리고 밀접한 관계를 추구하고, 활동성도 낮다. 에너지 방향의 세부지표가 모두 중간 범위에 걸쳐있다. 특 나는 양쪽을 다 합한 10가지 세부지표를 모두 쓴다는 뜻이다. 그래도 편한 건 내향쪽이다. 능동적인 것보다는 수동적인 게 좋고, 절제하고 사적인 게 낫다. 밀접한 1:1 관계가 좋고, 읽거나 쓰기를 말하거나 듣는 것보다 좋다.
Form Q 검사를 받으면 이렇게 결과가 자세히 나온다. 그래서 비용이 쪼금 비싸다. 위 그래프에서 숫자가 내 데이터고, 파란색 막대가 표준 분포다. 나는 다른 ESTJ보다 내향적이고, 약간 직관적이며, 논리/질문지향/조기착수/계획성/방법적인 것을 무척 선호한다고 볼 수 있다.
2. 강점혁명
두 번째는 강점 혁명이다. 책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을 사면 검사지가 동봉되어 있다. 그걸로 검사를 받으면 된다. 책값이 무척 비싸다. 즉 책 값이 곧 검사 비용이다. 지금까지 총 3번의 검사를 했고, 최근 검사는 작년에 했다.
검사를 하면 총 34개의 강점 중 상위 5가지 강점이 나온다.
세 번의 검사에서 책임, 집중은 계속 나왔다. 이 말은 MBTI의 STJ처럼 변하지 않는 내 강점이라는 뜻이다. 책임은 일이 시작되면 어떻게든 잘 마무리 지으려 하는 강점이고, 집중은 우선순위를 따져서 가장 중요한 것부터 해치우는 강점이다. 나는 일 벌이기를 싫어서 우물쭈물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책임 강점을 활용한다. 다시 말해서 시작해버린다는 뜻이다. 그러면 어떻게든 수습하니까.
집중 강점이 있는 사람은 뭐 하나에 집중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 목소리를 잘 못 듣는다. 다른 사람한테 관심 없다는 말은 종종 듣는다면 집중 강점이 있을 확률이 높다.
자기 확신 강점도 있는데, 이렇게 나를 계속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개선하려고 하다 보니까 세 번째 검사에서 나왔다. 최근 들어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확신이 되게 강한 사람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쁘게 말하면 고집이 센 것일 수도 있지만, 생각과 주장이 뚜렷하다는 장점도 된다.
강점 혁명은 검사를 하고 나서 결과를 보면 마치 퍼즐 맞춰지듯이 사후 편향으로 '이거 나올 줄 알았어'할 가능성이 높은데, 사실 그 용도로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애매하게 알았던 것보다 확실하게 아는 게 좋으니까. 그리고 아는데서 그치지 않고 활용해야만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알고 있는데만 그친다면 아는 척이지 않을까?
책 값은 3만원 정도 한다. 보통 10% 할인하니 27,000원 정도.
3. 그릿(Gritt)
여전히 모르겠다. 책 <그릿>과 상관있는 건지. 검사 내용이 그 책에서 말하는 그릿과 비슷하긴 하다. 어쨌든 그릿 설명은 이렇다. 그릿이라는 성취 역량은 '성취력'과 '회복 탄력성'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성취력은 자기동기력과 자기조절력, 회복 탄력성은 자기조절력과 대인관계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기동기력은 내재동기, 자율성, 유능감. 자기조절력은 감정조절, 과제지속력, 긍정정서. 대인관계력은 공감능력, 표현능력, 관계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그릿은 이 세부 9가지 마음 근력을 측정하는 테스트다.
나는 과제 지속력, 내재동기, 자율성, 유능감, 긍정 정서가 특히 높게 나왔다. 이 말을 풀어보면 내가 좋아하고 자발적으로 한 건 꾸준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잘할 수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참고로 감정조절이 높은 사람은 참을성이 높은 사람인데, 그럴수록 직장생활 근속연수가 높다. (뇌피셜)
이 검사는 비용도 저렴해서 심심풀이로도 한 번 할만하다. (비용 : 11,000원)
4. 이화방어기제
이화방어기제는 이화여대 교수들이 개발한 우리나라 검사다. 방어기제를 검사하는 도구로써 총 20가지 방어기제를 검사한다.
1. 허세척도
2. 반동형성척도
3. 일시척도
4. 수동-공격적 행동척도
5. 투사척도
6. 전치척도
7. 부정척도
8. 통제척도
9. 억제척도
10. 왜곡척도
11. 예견척도
12. 합리화척도
13. 해리척도
14. 신체화 척도
15. 승화척도
16. 행동화척도
17. 이타주의 척도
18. 퇴행척도
19. 유머척도
20. 회피척도
방어기제라고 해서 꼭 나쁜 방어기제만 있는 건 아니다. 승화, 이타주의, 유머척도는 굉장히 좋은 방어기제다. 방어기제 검사는 현재 교보문고에서 검사지를 구입할 수 있고, 채점은 인터넷에서 알음알음 찾아서 진행했다.
각각 척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 파일을 참고하면 좋다.
논문에서도 설명이 되어 있어서 검사를 하고 나서, 또는 검사하기 전에 궁금하다면 읽어봐도 좋다.
일단 '방어기제'라는 검사답게 검사할 떄 질문이 굉장히 뼈를 때린다. 솔직히 여태까지 많은 검사를 받았지만 이 검사가 가장 날카로우면서 고통을 후벼파는 느낌. 근데 검사를 받고 채점을 해보니까 솔직히 인정할만 했다. 내가 평소에 느낀 그대로 나온다. 그래서 남들에게 공개하기도 꺼려진다. MBTI 또는 강점혁명은 남들과 서로 공유하면서 웃을 수 있지만 이 검사는 그렇지 못하다. 결과를 보여주면 내 약점을 보여주는 기분.
내가 기분 좋을 땐 상관없다. 내가 우울할 때, 불안할 때, 부정적일 때 어떤 방식으로 회피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화방어기제 검사를 추천한다. 검사지 가격은 1,500원이다.
이화방어기제 실시 요강도 5천원에 팔고 있으니, 같이 구매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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