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인더 쓰는 사람들은 어떤 취향을 가지고 바인더를 쓰는지 궁금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바스락 카페를 통해 서른 분에게 물었다. 설문조사는 2019년 1월 18일부터 1월 20일까지 사흘에 걸쳐 진행되었고 이전의 취향 시리즈(공간, 여행)와 달리 나이, 성별은 따로 받지 않았다. 설문조사는 11개의 객관식과 1개의 주관식을 더해 총 12가지의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객관식 질문은 '기타 의견'을 추가해 보기에 원하는 답이 없을 경우 별도로 작성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바인더는 다이어리와 달리 여러 용도와 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중복 답변을 허용할 경우 설문 분석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어 설문에서 말하는 바인더의 대상은 현재 주로 쓰고 있는 '휴대용 바인더'로 제한했다.
1. 바인더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먼저 입문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검색을 통해 바인더를 입문한 사람이 가장 많았고(33%), 지인이 추천하거나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시작한 사람(30%)과 유튜브, 책, 블로그 등을 보고 시작한 사람(30%)이 동률이었다. '지인 추천'이나 '지인이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시작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주변에 바인더를 쓰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본인도 쓰게 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필자도 바인더를 쓰면서 이 좋은 것을 나 혼자 쓰기 아까워서 블로그와 모임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업(?)하고 있다. 그래서 때때로 바인더 업체에서 나온 직원이 아니냐는 오해도 자주 받는다. (전혀 관련 없음) 초기에는 설득하면 '좋은 건 알겠는데 난 안 돼. 너니까 가능한 거야'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계속 실패로 돌아가자 그다음부터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내 페이스대로 썼고, 꾸준히 썼다. 그러자 한두 명씩 반응이 왔다. 본인이 필요성을 느끼면 그다음부터는 쉽다.
의외로 우리는 주변의 취향에 대한 영향을 받는다. 취향이 없는 사람은 나에게 맞는 취향이 없는지 늘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거 괜찮아?', '쓸만해?', '사용해보니까 어때?', '불편한 점은 없어?' 의문을 담은 질문이 연달아 생기고, 이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대답에 해답이 있으면 그 취향을 내 것으로 만드려고 노력한다. 요즘에는 유튜브, 책, 블로그 등에 워낙 바인더에 대한 정보가 많아 그 해답을 구하기 쉬워 보인다.
바인더 교육은 워낙 비싸다 보니 예전에 비해 수요가 많이 줄었다. (7%)
2. 가장 큰 장점은?
사람들은 자유로운 편집(47%)과 자료의 손쉬운 이동(43%)을 바인더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워드, 한글과 같은 문서 편집 프로그램이나 일러스트레이트, 포토샵 등을 활용해서 본인에게 맞는 양식을 만들어서 자유롭게 쓸 수 있고, 필요 없는 자료는 바인더에 빼서 버리거나 보관용 바인더에 옮김으로써 효율적인 기록을 이어갈 수 있다. 이 시스템을 익히고 나면 편집과 이동이 제한되는 제본형 다이어리를 쓰기에는 다소 불편하다. 규격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7%) A4 사이즈를 반으로 접으면 A5 사이즈다. 소책자 인쇄나 모아찍기를 통해 어디서든 쉽게 자료를 만들고 출력할 수 있다.
3. 가장 큰 단점은?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다. 역시 무게가 압도적으로 많다. (70%) 바인더 커버와 금속 링, 그리고 속지까지 더하면 무겁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가방을 들고 외출하거나, 맨 몸으로 외출한다. 바인더를 쓰고 나서부터는 작은 가방이라도 들고 다녀야 한다. 특히 작은 가방을 들고 다니는 여자분들이 무게에 굉장히 민감해 아주 얇은 바인더에 최소한의 속지만 담아서 외출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필요할 때만 가죽 바인더로 자료를 옮겨 들고 다닌다.
바인더는 다이어리보다 기록법이나 활용법이 어렵다. 사용법이 숙련되지 않아 제한적으로 사용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27%) 자유로운 편집, 손쉬운 이동 등의 바인더 장점은 본인의 문서 편집 능력과 자료관리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에 들지 않아 계속 시도하다 제 풀에 지친다. 바인더가 좋은 건 알겠는데 기록법이나 활용법이 어려워서 중도 포기하는 사람을 여럿 봤다. 혼자 쓰는 것보다 함께 써야 좀 더 꾸준히 쓸 수 있다.
요즘 예쁜 디자인의 바인더도 많이 출시된 덕분에 단점으로 꼽은 사람은 적었다. (3%)
4. 사용하고 있는 바인더의 재질은?
각자 사용하고 있는 바인더의 재질이 다양하다. 아직까지는 가장 유명한 3P바인더의 제품이 우세하다. (40%) 하지만 마냥 웃고 있을 순 없겠다. 바인더 스타트업인 마일스톤365도 인지도를 많이 끌어올렸고, 고객의 니즈를 잘 수용하고 있다. 열심히 뒤를 따라가고 있다.(34%) 그 외에 가죽 공방에서도 바인더를 제작하는데 디자인은 무척 예쁘지만 가격이 비싸서 일부 사람들만 이용한다. (10%)
고쿠요, 킹짐 등 일본 바인더는 가벼운 제품들로 유명하다. (10%) 무게에 민감한 사람들은 아예 가벼운 바인더만 들고 다닌다. 조금 손이 가긴 하지만 가죽과 링만 있으면 바인더를 직접 제작도 가능하다. 손재주가 있는 분들은 종종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는 걸 보곤 했다. (3%)
- PP : 플라스틱
- PU : 인조가죽
5. 바인더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은?
바인더의 단점을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보완할까. 에버노트, 워크플로위, 노션 등의 디지털 도구로 보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54%) 별도의 아날로그 도구를 쓰거나 바인더만 사용하는 사람들이 뒤따르고 있다. (17%) 하나의 도구에 만족하기 어려워 여러 개의 도구를 사용하면 관리 비용이 올라간다. 이 비용을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곧잘 여러 개의 도구를 사용하겠지만 누구나 그렇게 사용하기에는 힘들다. 도구를 여러 개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바인더에서 필요한 자료만 들고 다니거나 자료를 자주 비운다고 답한 사람도 있다. (3%) 귀찮긴 해도 가능하다면 좋은 방법이다.
6. 다른 다이어리와 병행해서 쓰고 있나요?
바인더를 쓰는 사람들은 아날로그 도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여러 개의 다이어리를 쓰는 경우도 종종 있어 설문에 넣었다. 바인더만 사용한다는 사람은 40%에 불과했고, 특정 자료는 별도로 적는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57%) 특정 자료는 가계부, 일기, 업무일지 등이다. 바인더에 모든 자료를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무게의 증가, 공과 사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 문제를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개인 정보가 남들에게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자료의 특성에 따라 별도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다이어리(아날로그)와 앱(디지털)을 메인으로 사용하고, 바인더를 서브로 사용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3%)
7. 사용하는 바인더의 사이즈는?
A5 사이즈가 들고 다니기 편해서 아무래도 압도적이다. (90%) 설문을 진행한 바스락 카페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사이즈가 A5라서 그 영향도 있을 것이다. A5 외에도 A4, B5, 아이패드 등으로 바인더를 쓰는 분들도 있었다. 아이패드 같은 경우 애플 펜슬과 굿노트 앱을 통해 바인더처럼 사용한다. 정말 사람들의 취향은 다양하다.
8. 쓰고 있는 바인더의 구멍 개수는?
바인더의 구멍 개수는 사이즈와도 직결된다. A5 사이즈 자체가 20공이다. 그래서 비례할 수밖에 없다. (93.3%) 30공은 A4 사이즈를 뜻한다. (3.3%) 3공이나 6공은 시중에서 흔하다. 단점으로는 잘 찢어진다. 한쪽에서 찢어지면 자료가 튀어나와 있다. 6공은 3공보다 덜하긴 해도 영향이 크다. 20공 같은 경우 흔하지는 않아도 심하게 찢어지지 않는 한 자료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덜하다.
9. 어떤 용도로 사용하시나요?
업무용이 의외로 적었다. (3.2%) 개인, 업무 할 것 없이 구분 없이 사용한다는 사람이 가장 많았고 (58.1%) 업무용을 제외한 개인용으로 하는 사람들이 뒤따랐다. (35.5%) 바인더는 매일 들고 다녀서 그런지 구분 없이 사용하는 게 가장 편하긴 하다.
10. 언제 주로 기록하시나요?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 기록한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53.3%) 그 뒤로는 아침, 저녁 등 시간을 정해 기록한다는 대답(23.3%)과 앉아 있을 때 주로 기록한다는 대답이 많았다. (20%) 회사에 있을 때는 바인더를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카페에 가면 바인더부터 꺼내는 습관을 들이면 언제든지 틈틈이 기록할 수 있다. 너무 자주 봐서 문제라면 아침, 저녁 등 루틴을 정해서 기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서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앉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록하는 것도 하나의 루틴이 된다. 언제 기록하냐에 정답은 없다. 본인에게 가장 편한 방법만 있을 뿐.
11. 사용하는 주목적은?
일정 관리용으로 바인더를 사용한다는 대답이 압도적이다. (90%) 자료 관리와 업무일지는 많은 표를 받지 못했다.(6.7%, 3.3%) 휴대용 바인더는 일정 관리, 보관용 바인더는 자료 관리에 강점을 둔다. 설문 조사 자체가 자주 들고 다니는 바인더로 제한해서 '일정 관리' 목적이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바인더는 본인의 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12. 다른 사람에게 추천한다며 어떤 점을 어필하고 싶은지
마지막 질문은 주관식으로 받았다. 공통적인 답변이 많아 정리하려고 했으나 편집할 경우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들어갈 수 있어서, 있는 그대로의 답변을 가져왔다.
- 일주일을 체크할 수 있고 일정계획이 한눈에 들어옴
- 나의 시간 관리 및 피드백
- 내 일상의 기록(히스토리)
- 한 곳에 모든 자료를 모아서 다닐 수 있고 자료의 규격이 통일되어 있어서 이동이 편리한 점이 좋아요!
- 사람마다 각자의 개성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도구라는 점도 좋아요.
- 내 마음대로 커스텀 가능한 속지, 이러한 속지를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점
- 체계적 기록 가능
- 자료수집
- 일정관리와. 할 일 목록 작성하는데 용이해서 추천하고 싶음
- 가볍고 편리하다.
- 양식에 제한이 없어 일정관리, 가계부, 업무일지, 개인적인 기록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 시간관리/업무관리 가능하다는 거~~
- 내 인생의 기록
- 제2의 뇌라는 점을 어필하고 싶어요! 기억해야만 한다는 부담을 덜을 수 있고 눈에 보이는 것 과 보이지 않는 것 , 차이에 생각을 소모하는 시간을 없애주거든요
- 바인더는 자기 관리 도구로 쓰기에 최고입니다
- 일정관리, 기록 보관?
- 1. 바인더와 다이어리/플래너는 확실히 다르다!
- 2. 서브 바인더를 통한 지식의 확장
- 일정 관리가 잘됨, 적고 까먹어도 괜찮음, 속지 이동이 자유로움, 노트 등으로 활용하기 좋음
- 피드백이 중요하다.
- 서식의 편집, A5 규격의 편리함. 휴대성
- 내지 이동 자유로움
- 작성하는 사람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
- 시간관리 : 내가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알 수 있다.
- 기록 :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는다
- 목표 : 큰 그림이 있기에 체계적으로 방향성 있게 살 수 있다
- 자유롭게 넣다 뺐다 하는 유연함
- 확장성 및 집약성
-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여 사용할 수 있음
- 원하는 규격과 디자인의 속지를 활용한 시간관리법
- 자기 계발
- 나의 시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
- 양식에 제한이 없고 마음껏 이동할 수 있다. 연도에 제약이 없어 계속적으로 쓴다
- 속지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정리하기 쉽다
- 인생을 기록하는 훌륭한 도구다.
바인더 시리즈의 다섯 번째 글이자, 공간의 취향, 여행의 취향에 이어 취향 시리즈의 세 번째 글이다. 공간과 여행은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보편적인 취향이지만, 이번에 작성한 바인더의 취향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취향을 취향 하길 바라본다. 조지 오웰의 말대로 취향은 배워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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